이병헌3 어쩔 수가 없다 (존재론적 위기, 합리화, AI 자동화) 직장을 잃은 사람이 가장 먼저 잃는 게 뭔지 아십니까. 저는 그게 '월급'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라는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권도 지도자의 꿈이 좌절되고 행정 지원 업무로 밀려났을 때, 저도 그 감각이 서서히 지워지는 걸 느꼈거든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는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리는 영화입니다.20년 경력도 막지 못한 도끼질, 그 존재론적 위기유만수는 태양 제지에서 20년 넘게 커리어를 쌓은 인물입니다. 올해는 펄프맨상까지 받았죠. 그럼에도 하루아침에 구조 조정의 대상이 됩니다. 미국계 사모 펀드(Private Equity Fund)가 회사 지분을 사들이고 인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여기서 사모 펀드란 소수의 기관 투자자나 고액 자산가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을 인수한.. 2026. 4. 20. 콘크리트 유토피아 (계급 역전, 집단 광기, 방관자) 대재앙 이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파트 한 동. 그 문 앞에 외부인이 줄을 서는 순간, 영화는 재난 영화가 아니라 거울이 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몇 년 전 제가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 경험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크린 속 주민들의 표정에서 그때 제 얼굴을 발견했습니다.계급 역전: 재난이 뒤집어버린 서열영화 속 황궁아파트는 복도식 구조에 20평대 이하 소형 평형이 중심인, 재난 이전까지는 주변 드림팰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던 단지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서 흔히 쓰는 용어로 표현하자면, 이 아파트는 전형적인 비브랜드 서민 주거 단지에 해당합니다.그런데 대재앙 이후 세상이 뒤집힙니다. 계층 유동성(Social Mobility)이 한순간에 붕괴되는 순간입니다. 여.. 2026. 4. 18. 그것만이 내 세상 (엄마의 사과, 피해자 구원, 가족 선택)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따뜻한 가족 드라마'라는 말만 믿고 가볍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아가 짐을 싸들고 문 앞에 서던 그 순간, 예전에 제가 정말 소중했던 사람과 크게 다투고 돌아섰던 기억이 불현듯 겹쳐 보였습니다. 그때 제 안에서 느껴진 건 분노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제야 비로소 끊어낼 수 있겠다'는 묘한 해방감이었습니다. 그 감각이 조아의 표정과 너무 닮아 있어서, 저는 이 영화를 단순한 '화해의 서사'로만 볼 수가 없었습니다.엄마의 사과, 그 무게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영화 후반부에서 인숙은 조아에게 "다시 태어나면 너만 챙길게"라고 말합니다. 많은 관객이 이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오히.. 2026. 4.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