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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 (오답의 가치, 통제 욕구, 현재의 응시) 후회되는 순간이 떠오를 때, 혹시 "그때 다르게 말했더라면" 하고 무한 루프를 돌린 적 있으신가요? 저는 중요한 자리에서 엉뚱한 말을 내뱉고 집에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쓴 기억이 몇 번이고 있습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바로 그 충동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과연 우리 삶은 더 나아질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무언가를 잃게 될까요.오답까지 껴안는 것이 진짜 사랑인가주인공 팀(도날 글리슨)은 스물한 살 되던 날 아버지로부터 가문의 비밀을 전해 듣습니다. 어두운 공간에서 주먹을 쥐고 강하게 집중하면 원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팀은 이 능력을 오직 한 가지 목적, '사랑'을 위해 쓰겠다고 결심합니다.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팀이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와 처음 만나는 방식입니다... 2026. 4. 11.
그것만이 내 세상 (엄마의 사과, 피해자 구원, 가족 선택)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따뜻한 가족 드라마'라는 말만 믿고 가볍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아가 짐을 싸들고 문 앞에 서던 그 순간, 예전에 제가 정말 소중했던 사람과 크게 다투고 돌아섰던 기억이 불현듯 겹쳐 보였습니다. 그때 제 안에서 느껴진 건 분노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제야 비로소 끊어낼 수 있겠다'는 묘한 해방감이었습니다. 그 감각이 조아의 표정과 너무 닮아 있어서, 저는 이 영화를 단순한 '화해의 서사'로만 볼 수가 없었습니다.엄마의 사과, 그 무게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영화 후반부에서 인숙은 조아에게 "다시 태어나면 너만 챙길게"라고 말합니다. 많은 관객이 이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오히.. 2026. 4. 11.
변호인 재판 장면 (확증 편향, 공소 제기, 무죄 판결) 솔직히 저는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불편해질 줄 몰랐습니다. 재판 장면 하나가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냈거든요. 단체 생활 중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추궁받았던 그날, 주변 사람들은 진실을 확인하기보다 분위기에 휩쓸려 저를 몰아붙였습니다. 그때의 막막함이 영화 속 법정과 겹쳐 보이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확증 편향, 법정에서 가장 위험한 적영화 속 검사는 피고인들이 이른바 '불온 서적'을 읽고 반정부 선전물을 작성했다며 자술서를 증거로 제출합니다. 그런데 그 자술서가 강요와 폭행으로 작성되었다는 피고인의 주장, 그리고 변호인이 직접 지목한 피고인 몸의 멍 자국은 법정에서 처음부터 묵살당할 위기에 처합니다.여기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자신이 이미 내린 결론에 유리한 정보만 .. 2026. 4. 10.
기생충 공간 설계 (수직 계급, 미장센, 냄새의 계층학)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저는 반지하 원룸에서 자취하던 친구 집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창밖으로 빗물이 차오르는 걸 지켜보며 친구가 무심하게 말했습니다. "이 동네 원래 좀만 오면 이래." 그때는 그냥 웃어넘겼는데, 나중에 을 보고 나서야 그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설계한 공간 언어가 얼마나 정밀하게 현실을 반영했는지, 그 친구 집 창문 높이가 증명하고 있었던 겁니다.수직 계급이 만들어낸 공간의 미장센에서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 요소, 즉 조명, 인물의 위치, 배경, 소품까지를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총체를 의미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 미장센을 수직축 하나로 꿰뚫어 계급 .. 2026.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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