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4 좀비딸 (소재전복,도덕적딜레마,사회적낙인) 좀비가 가족이라면, 당신은 신고하겠습니까? 저는 이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 당연히 신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예고편을 보고 나서 그 확신이 흔들렸습니다. 누적 조회수 5억 뷰를 기록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은, 좀비 장르에서 한 번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질문을 정면으로 꺼내 듭니다.소재의 전복: 괴물이 아니라 '내 딸'이라는 감각기존 좀비 서사에서 감염자는 제거 대상입니다. 이 공식이 얼마나 공고한지, 장르 팬이라면 모두 압니다. 그런데 은 이 공식을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사육사 출신 아버지 정환이 좀비가 된 딸 수아를 훈련시키기로 결심하는 순간부터,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른 장르로 진입합니다.저는 어릴 때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꿈꿨습니다. 직접 체육.. 2026. 4. 20. 버드 박스 리뷰 (몰입감, 개연성, 결말 상징) 눈을 뜨는 순간 죽는다. 이 한 줄의 전제 하나로 2018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버드 박스는 공개 일주일 만에 4,500만 가구가 시청한 기록을 세웠습니다(출처: Netflix 공식 발표).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좀 의아했습니다. 공포영화 치고는 너무 과한 반응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 그 반응이 왜 나왔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시각 공포라는 설정, 그 몰입감의 정체버드 박스가 기존 크리처물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공포의 매개체가 '보는 행위' 자체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공포영화는 무언가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겁먹게 합니다. 귀신이 나타나고, 괴물이 덮치고, 피가 튀는 식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반대입니다. 보면 죽기 때문에, 영화 내내 주인공도 관객도 제대로 보.. 2026. 4. 20. 노량 : 죽음의 바다 (현장, 진린, 야간 해전) 저도 처음엔 단순한 역사 블록버스터 한 편 보러 간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을 나오면서 한동안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이 10년 만에 완결을 맺은 작품, 노량: 죽음의 바다는 화려한 해전보다 훨씬 무겁고 묵직한 것을 건드립니다.고독한 현장(賢將), 김윤석이 빚어낸 이순신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명량의 이순신이 뜨거운 용장(勇將)이었고, 한산의 이순신이 냉철한 지장(智將)이었다면, 노량의 이순신은 그 어느 쪽도 아닙니다. 여기서 현장(賢將)이란 용맹이나 지략 이전에 상황 전체를 꿰뚫어 보고 옳은 판단을 내리는 장수를 뜻합니다. 김윤석 배우가 연기한 이순신은 그 정의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이 이순신에겐 표정이 없는 대신 눈빛이 있습니다. 아들 .. 2026. 4. 18. 콘크리트 유토피아 (계급 역전, 집단 광기, 방관자) 대재앙 이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파트 한 동. 그 문 앞에 외부인이 줄을 서는 순간, 영화는 재난 영화가 아니라 거울이 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몇 년 전 제가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 경험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크린 속 주민들의 표정에서 그때 제 얼굴을 발견했습니다.계급 역전: 재난이 뒤집어버린 서열영화 속 황궁아파트는 복도식 구조에 20평대 이하 소형 평형이 중심인, 재난 이전까지는 주변 드림팰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던 단지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서 흔히 쓰는 용어로 표현하자면, 이 아파트는 전형적인 비브랜드 서민 주거 단지에 해당합니다.그런데 대재앙 이후 세상이 뒤집힙니다. 계층 유동성(Social Mobility)이 한순간에 붕괴되는 순간입니다. 여.. 2026. 4. 18. 웡카 리뷰 (프리퀄, 티모시 샬라메, 사회풍자) 제작비 1억 2,500만 달러로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이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5억 5,000만 달러를 긁어모았습니다.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또 리메이크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보고 나서는 그 편견이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달콤한 판타지 안에 자본주의 풍자와 연대의 메시지가 조용히 녹아 있는 영화, 웡카 이야기입니다.프리퀄이 성공한 이유, 설정부터 달랐습니다웡카는 프리퀄(Prequel) 형식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여기서 프리퀄이란 기존 이야기의 앞단을 다루는 작품, 즉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인물의 '그 이전 이야기'를 채워주는 구성을 말합니다. 1971년판과 2005년 조니 뎁 버전 두 편 모두 윌리 웡카가 이미 공장을 가진 인물로 등장했다면, 이번 영화는 그 공장이 생기기 25년 전, 막 세상.. 2026. 4. 18. 서울의 봄 리뷰 (하나회, 군사반란, 이태신) 저도 처음엔 그냥 역사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1979년 12월 12일이라는 날짜가 교과서 속 활자로만 남아 있던 저에게, 이 영화는 그날 밤의 아홉 시간을 피부로 느끼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스크린을 보는 내내 제 과거 조직 생활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역사는 먼 곳에 있지 않더군요.하나회: 사조직이 공적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방식저도 한때 비슷한 구조 안에 있었습니다. 과거에 몸담았던 조직에서 '우리 사람'이라는 말이 공식 절차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거든요. 당시에는 그게 얼마나 위험한 신호인지 몰랐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 구조가 얼마나 익숙하고, 또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영화 속 전두광이 이끄는 하나회는 군 내부의 비밀 사조직입니다. 하나회란 19.. 2026. 4. 17. 이전 1 2 3 4 5 6 다음